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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합사 8호를 사서 7000번 스피닝 릴에 감고 있노라니 문득 겁이 났다.

내가 이걸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어디 한강에 가서 캐스팅 연습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200g 루어의 바늘은 왜 이리도 무섭게 생겼나.

잡히는 녀석이 흘릴 피가 벌써 눈앞에 낭자하다.

낚시를 시작하고 단 한번도 잡은 녀석을 죽인적이 없다.

그리 많이 잡아본것이 아니거니와 죽어 있는 것을 손질하는 것과 눈앞에서 펄떡이는 것의 생명을 앗아 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장한 얼굴로 몽둥이 같은 88xh 로드를 공중에 휘져으며 저킹저킹.

가보지도 못한 왕돌초 부시리가 벌써 눈앞에 아른거린다.

홀씨가 되어

의미없는 말과 말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시선이 허공에 직선을 그리고 있다.

솔직하거나 여과없는 생각은 입밖으로 내지 말아야 하는데 또 그렇게 한사람을 돌려세웠다.

불안정한 나의 원자는 바람 속 민들레 씨앗이라 이름만 불러도 끌려다닌다.

끝이 없는 불쾌감은 어쩔 도리가 없다.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다른 것은 다 귀찮다. 말 걸지 마시라.

중대장

중대장은 부천 상동역 절름발이가 되었다.
메리트나이트에서 빠져나온 손님의 분주한 발이되어 자아꾸 앞으로 나아갔다.

헛개나무 음료를 한잔 건내지 못했지만 중대장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차마 부르지 못한 나만 자아꾸 뒷걸음쳤다.